진짜 부자
조선시대 숙종 임금이 어느 날 야행을 나갔다가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다 쓰러져 가는 집들을 보며 혀를 차고 있는데
어느 움막에서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숙종은 그 까닭을 알아보기 위해 움막에 들어가 주인에게 물 한 사발을
청했습니다. 그 사이 문틈으로 방안을 살펴보니 수염이 허연 할아버지는
새끼를 꼬고 올망졸망한 어린아이들은 짚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빨래를 밟고 부인은 옷을 깁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두들 얼굴 표정이 어찌나 밝은지 도무지 근심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숙종이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형편이 어려워 보이는데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소? 밖에서 들으니 이곳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더이다.”
그러자 주인은 말했습니다. “이렇게 살아도 빚 갚아 가며 저축도 할 수 있으니
어찌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절로 웃음이 나는가 봅니다.” 궁궐로
돌아온 숙종은 금방이라도 쓰러질듯한 움막집에 살면서 빚도 갚고 저축도
한다는 말을 들으니 혹여 주인이 몰래 돈을 감춰 둔 것은 아닌지 아랫사람을
시켜 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조사해 보니 그 집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숙종은 다시 그 집을
찾아가 주인에게 예전에 했던 말의 뜻을 물었습니다. 주인은 웃으며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부모님 봉양하는 것은 곧 빚을 갚는 것이고 제가 늙어서 의지할 아이들을
키우니 이게 바로 저축이 아니오? 어떻게 이보다 더 큰 부자일수 있겠습니까”
이제 우리도 제발 욕심 부리지말고 나이들면 입은 다물고
아주 작은 곳간인 호주머니는 우리의 이웃을 위해 항상 열어 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