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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의 비유<5>자라나는 씨앗의 비유(상)


추수 때가 되기 전에 하느님 나라 체험해야


2014.06.22발행 [1270호]




자라나는 씨앗의 비유는 공관복음에서 씨(씨앗)를 소재로 하는 세 비유 중 하나다. 특히 마르코복음에서는 처음으로 등장하는 ‘하느님 나라’에 대한 직접적인 비유로, 마르코복음만이 이 비유를 전해준다. 




하느님 나라를 알려주는 비유



‘하느님 나라는 이와 같다’라고 시작하는 비유는 씨가 자라나는 것을 내용으로 하며 그 안에서 하느님 나라에 대해 깨닫게 해주는 비유다. 마르코복음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비유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성경에 번역된 것을 따르면, 비유는 “하느님 나라는 이와 같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 놓으면…”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그리스어 원문에 따라 “하느님 나라는 마치 어떤 사람이 씨를 뿌려 놓은 것과 같다”로 고쳐 읽을 수도 있다. 



어떤 번역을 따르든 ‘하느님 나라는 과연 무엇과 비교가 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다른 말로 하자면, ‘씨를 뿌리는 어떤 사람’과 ‘뿌려진 씨’ 중에 ‘이 비유에서 말하는 중심은 무엇일까?’하는 문제다. 비유에서 씨 뿌린 사람과 뿌려진 씨가 모두 비중있게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사람의 경우 그에게 해당되는 표현은 ‘씨를 뿌렸다-모른다-낫을 댄다’이다. 반면에 씨는 ‘싹이 터서 자란다-처음에는 줄기가, 다음에는 이삭이 나오고, 그 다음에는 낟알이 영근다’라고 표현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비유를 살펴본 후에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는 싹이 터서 자라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른다.”(마르 4,27) 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는 것은 유다인들의 하루 계산법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유다인들은 지금의 우리와 달리 ‘해 질때부터 다음날 해 질 때까지’를 하루로 계산했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27절의 내용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 모습을 나타낸다. 씨가 싹이 터서 자라는 것 역시 우리가 보통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여기서 잠언 20장 4절의 내용을 떠올릴 수도 있다. “게으름뱅이는 제철에 밭을 갈지 않고 수확철에 소출을 찾지만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이 비유에서 강조하는 것은 잠만 자는 농부의 게으른 태도가 아니라, 농부의 활동이 직접적으로 싹이 트고 자라는 것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 다음 표현은 이런 강조점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낸다.



“땅이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하는데….” 씨가 싹이 트고 자라서 열매를 맺는 과정에서 농부는 등장하지 않는다. 아니 농부의 역할은 없다. 복음서는 그것을 ‘저절로’라는 표현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준다. 이 비유 이외에 이 표현이 사용된 것은 사도행전 12장 10절이 유일하다. “그들(천사와 베드로)이… 쇠문 앞에 다다르자, 문이 앞에서 저절로 열렸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 사도행전의 문맥에 따라 비유의 의미를 보면 저절로 열매가 맺는다는 것은 외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지만 하느님에 의해라는 말을 덧붙여 이해할 수 있다.



“처음에는 줄기가, 다음에는 이삭이 나오고 그다음에는 이삭에 낟알이 영근다.” 마르코복음의 비유 속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이 규칙에 따라 서술된 과정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꽤 긴 시간을 암시한다. 하지만 다시 등장하는 농부의 행동은 사못 다르다. “곡식이 익으면 그 사람은 곧 낫을 댄다.” 많은 경우 비유에서 강조되는 것은 대조인데 여기서도 긴 시간 동안의 성장과 곧 낫을 댄다는 표현이 서로 대조되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수확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수확의 때는 주로 종말의 시기와 관련이 있다.(마태 13,24-30 ‘가라지의 비유’ 참조)



처음 던진 질문에 답하자면, 이 비유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농부도 아니고 씨도 아니다. 이 비유는 이야기 전체가 하느님 나라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다. 우선 농부의 행동과 씨가 자라는 과정을 한데 묶어서 보면 비유의 내용은 이렇다. 농부는 씨를 뿌렸다-씨는 싹이 터서 자란다-하지만 농부는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른다-씨는 자라서 열매를 맺는다-낫을 댄다.




이미 시작된 하느님 나라



‘씨를 뿌렸다’는 표현은 하느님 나라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나타낸다. 하지만 씨를 뿌린 농부조차 씨가 어떻게 자라는지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씨는 땅에서 저절로 자라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라난 씨에게 낟알이 영글면 농부는 수확을 하는데, 이것은 미래에 올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의미한다.



마르코복음에 따르면 이 비유를 듣는 청중은 모든 사람이 아니라 제자들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 비유가 전해주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자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고, 또 마치 없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하느님 나라는 이미 이 세상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하느님 나라는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통해, 특별히 아픈 이들을 낫게 하고, 악령을 쫓아내는 일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드러난다. 하지만 여전히 제자들과 사람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마치 농부는 씨가 어떻게 자라는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하느님 나라는 이렇게 우리 안에서 시작되었고 그 완성을 향해 가고 있지만, 그것이 당장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다. 마치 씨가 싹이 터서 자라고 또 그 후에 낟알이 영그는 것처럼, 아직은 미래에 이루어질 일이지만 하느님 나라는 여전히 우리 가운데 있다.



신학에서 이야기하는 종말론적 시간, 곧 ‘이미 시작되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하느님 나라’가 이 비유에서 표현된다. 이 종말론적 시간은 우리에게 회개 가능성을 열어놓는 시간이다. 여전히 우리는 그 과정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부가 수확철이 되면 지체없이 곧 낫을 들어 수확을 하는 것처럼, 종말 때에는 더 이상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간은 하느님 나라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이제부터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의 시간이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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