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5주간 금요일 : 에파타(마르 7,31-37)

by 차광호 posted Feb 1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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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오늘 복음의 중심에 “에파타!” 라는 아람 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열려라!” 라는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공적 활동을 하실 때 아람 말을 하셨다 합니다. 주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 그대로를 복음서는 소중하게 간직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소중한 주님의 말씀을 교회는 일찍부터 성세성사에 받아들여 ‘에파타 예식’으로 거행해 오고 있습니다. 주례사제는 촛불을 밝혀 건네주는 빛의 예식에 이어, 세례받는 사람의 귀와 입을 만지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주 예수님, 귀머거리를 듣게 하시고 벙어리를 말하게 하셨으니, (…) 귀로 주님의 말씀을 듣고 입으로 신앙을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게 하소서. 아멘”

사람이 듣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자연적 완전성에 속합니다. 사람이 신체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제대로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한다는 것은 불완전하고 불안한 상태에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능력과 지혜는 하느님께서 처음 보시기 좋게 창조하신 세상을 다시 회복하도록, 그래서 제대로 보고 듣고 말하도록 작용합니다. “지혜가 말 못하는 이들의 입을 열어 주고, 아기들의 혀가 똑똑히 말하게 해 준 것입니다.”(지혜 10,21)

친한 관계는 서로 말을 듣고 이해하여 화답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친교도 그러합니다. 은총은 일방적으로 주고 받는 그 어떤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상호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구원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는 모여든 사람들에게 “너희는 모두 내 말을 듣고 깨달아라.” 하고 말씀하십니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함께 대화하지 않고, 서로의 말을 귀 기우려 듣지 않는다면, 우리 사이에서 친교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심각한 소통부재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선생과 학생 사이에서, 국가와 국민 사이에서,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소통이 원할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는사람들입니다. 이는 곧 하느님과 이웃과 그리고 세상과 먼저 소통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또한 우리는 주님의 이름으로 세례 받았을 때를 기억해야 합니다. 성세성사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받아들여주시고, 우리 또한 하느님과 신앙공동체에 받아들여지는 친교의 성사, 소통의 성사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세례를 받은 우리는 하느님의 빛으로 바라보고, 주님께서 열어주신 귀와 입으로 듣고 말해야 하는 사람들,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는 가운데 이웃과 세상과도 소통해야 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에파타! -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힌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마르 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