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1주일(마르 1,12-15)

by 주임신부 posted Feb 2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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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사순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부활절을 앞두고 참회하며 준비하는 40일 동안의 신앙 여정입니다.
이 시기에 우리는 구약의 하느님 백성이 광야에서 보냈던 40년을 떠올립니다.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가나안을 향해 떠났던, 종살이하던 땅에서 약속된 땅으로 건너간 긴 여정이었습니다.
이 시기에 또 우리는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지내셨던 40주야를 기억합니다. 죄와 죽음으로 물든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기 전에 준비하셨던 날들이었습니다.

광야는 아무 거칠 것 없는 자유의 공간입니다. 그러나 광야는 또한 불확실성, 가난, 굶주림과 목마름이 따르는 장소입니다. 실체가 없고 본질적이지도 않은 모든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허례와 허식, 거짓과 위선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하늘을 향해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모두 있는 그대로 드러내보여야 하는 곳입니다. 두렵고 외로운 곳입니다. 어두운 밤 하늘에 빛나는 별 빛으로 방향을 잡고 가야할 길과 의지할 곳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때, 두려움과 외로움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럼에도 용기 있게 우리 자신을 바라보면,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은 지금과 다르게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과 그리고 우리 자신이 새롭게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낍니다. 그러기 위해 하느님의 도우심, 하느님 은총의 선물인 회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도시의 광야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참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를 이끌어주는 그리스도의 빛뿐입니다. 오늘 복음은 이 점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신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40일 동안 머무신 다음, 갈릴래아로 가시어 공적 활동을 시작하십니다.
광야에서 허례와 허식, 위선과 거짓으로 온통 무장한 유혹자는 예수님께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합니다. 들짐승들과 함께 지냄으로 새 땅을, 천사들의 시중을 받음으로 새 하늘을 여셨습니다. 하늘과 땅의 관계를 회복하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는 새 사람이 되셨습니다.
이제 갈릴래아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십니다. 하느님의 복음은 그 복음을 받아들이고 믿는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줍니다.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믿음과 회개는 사람들에 대한 하느님의 분명한 요구입니다. 동시에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의 선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그렇게 믿음과 회개에로 부르십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부르실 때, 우리는 그대로 머물러 있을 수 없게 됩니다. 그대로 머물러 있을 수 없게 되는 첫 움직임이 회개입니다. 회개는 "달리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상이 달리 되는 새 하늘과 새 땅, 그리고 사람이 달리 되는 새 사람이 되는 것을 두고 하는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지속되는 은총의 시간이 주어져야 합니다. 우리의 삶 속에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며 새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의 모습이 새겨질 수 있도록, 우리가 주님의 모습을 닮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사순시기는 그러기 위해 주어지는 지속되는 은총의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