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강림 대축일(20120527)

by 주임신부 posted May 27, 201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0||0찬미 예수님!
우리 교회는 오늘 성령 강림 대축일을 지냅니다.
성령 파견은 부활 사건에 속합니다. 그러므로 성경의 다른 곳과 달리 방금 들은 요한 복음서에서는 성령 파견을 부활의 날에 곧 바로 일어난 일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부활하신 분의 부활 인사는 "평화"입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
부활하신 분의 부활 선물은 "기쁨"입니다. "제자들은 주님을 뵙고 기뻐하였다."(요한 20,20)
평화와 기쁨, 이 둘은 성령의 열매입니다. "성령의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입니다."(갈라 5,22)

이 평화와 기쁨으로 여러분은 살고 있습니까? 여러분이 누리는 평화는 무엇이고, 여러분의 기쁨은 어디에서 옵니까? 여러분이 평화와 기쁨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왜 이중 삼중으로 문을 걸어 잠가 놓고, 마음의 문마저 꽁꽁 닫아 두고 있습니까? 여러분을 누가 위협하고 두렵게 합니까?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이 두려움에 쌓여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숨을 죽이고 있는 모습처럼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그들 가운데 오셔서 평화의 인사를 나누십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요한 20,21) 하시고, 또 "성령을 받아라."(요한 20,22) 하고 말씀하시며 숨을 죽이고 있는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어주십니다.

거기에서 성령께서는 누구이시며, 어떻게 작용하시는지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은 예수님께서 미움과 거짓과 갈등과 다툼과 냉혹과 불의와 비인간성의 어둠 속에서 빛이 되고자 하신 것처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참으로 진실되이 살고자 결심하는 사람에게서만 성령께서 누구이시며 어떻게 작용하시는지 알아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사회생활에서 일상의 체험들은 무엇이 성령이신지, 무엇이 성령이 아니신지 그리고 무엇이 성령의 작용하심인지, 무엇이 성령의 작용하심이 아닌지 드러내 보여줍니다. 남을 판단하고 심판하기 위해서, 자신을 돋보이게하고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서, 경력이나 실적을 쌓아올리기 위해서, 건강을 챙기고 재물을 모으기 위해서, 안락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 그런 일들을 위해서라면 성령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생활 규범을 조금 알고 지키면 충분합니다. 멸 가지 요령을 익히거나 적당한 술책을 부리거나 몇몇 동조자들만 구하면 충분합니다. 그런 삶과 다른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은 착한 마음과 선한 정신과 거룩한 영을 지니고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그 즉시 알아채게 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평화가 너희와 함께!" 라는 인사와 동시에 "성령을 받아라."는 말씀의 이중적 의미를 보다 깊이 헤아려 보아야 합니다.

우리 교회의 오래된 찬미가 중에 "Veni Creator Spiritus"(오소서 창조주 성령이여) 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성가가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이 성가를 부르며 성령께 간청을 드립니다. 성령께서는 역동하는 영이십니다. 그러나 세상의 이러저러한 움직임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역동하는 영이십니다. 성령께서는 불평과 불만 그리고 불쾌함과 우울함이 아니라, 생명과 기쁨과 평화를 창조하시는 역동의 영이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복음 마지막 부분에서 들려주고 있듯이, 우리 교회는 죄인들을 용서하거나 또는 그대로 버려둘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됩니다. 성경의 표현에 따르면, 죄는 경직되고 고집스런 마음, 억압과 속박 그리고 단절과 분열의 상태를 두고 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신앙공동체와 우리 신자들의 굳게 닫아 놓고 있는 문들과 그리고 위축되고 두려움에 쌓여 고집과 단절을 불러일으키는 삶의 모습들을 바라보게 됩니다. 우리 교회와 신자들 각자는 굳게 닫아 놓은 자신의 문들을 활짝 열어젖혀서 탁한 공기를 빼내고 신선한 공기를 받아 들여 환기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성령의 역동하는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성령 자체는 모든 것을 내어 줌으로써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엄청난 선물입니다. 성령께서는 언제나 부활하신 주님과 그분을 따르는 사람들을 결합시키 주십니다. 성령께서는 부활하신 주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를 하나 되게 하십니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죄인들인 우리의 회개를 통하여 세상을 새롭게 만드시고, 그 안에 기쁨과 평화로 채워주십니다.

성령을 아는 것, 이 또한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힘을 주시는 성령의 선물입니다. 만약 우리가 진리의 영이신, 창조적으로 역동하는 영이신 성령을 청하지 않는다면, 잠가 놓은 문을 통하여 들어오신 주님께서 어떻게 우리 가운데 계실 수 있으며, 우리에게 당신의 평화를 주실 수 있으며, 우리에게 우리의 죄들을 용서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성령 강림 대축일인 오늘 우리 교회와 우리 모두는 성령께서 오시기를 특별히 청해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 모두 "성령을 받으십시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