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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의 비유<4>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하)



허규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2014.06.15발행 [1269호]




“어떤 것은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졌다. 흙이 깊지 않아 싹은 곧 돋아났지만 해가 솟아오르자 타고 말았다. 뿌리가 없어서 말라 버린 것이다.”(마르 4,5-6) 



‘흙이 많지 않은 돌밭’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루카 복음은 ‘바위’라는 표현을 쓴다. 마치 뿌려진 씨가 돌 위에 떨어진다고 표현하는 것 같다. 사실 돌밭에 씨가 떨어졌다는 것은 집회서에 나오는 가르침을 생각하게 한다. “불경한 자들의 자녀는 많은 싹을 내지 못하고 가파른 바위 위에 지저분한 뿌리를 내리리라.”(집회 40,15)



이 비유에 대한 해설은 이렇다. “말씀이 돌밭에 뿌려지는 것은 이러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말씀을 들으면 곧 기쁘게 받는다. 그러나 그들에게 뿌리가 없어서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말씀 때문에 환난이나 박해가 일어나면 곧 걸려 넘어지고 만다.”(마르 4,16-17) 



길에 대한 이야기와는 달리 돌밭은 일단 말씀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 말씀을 간직하지 못한다. 씨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양분을 공급받지 못하고 햇볕에 말라버리는 것처럼, 말씀을 듣고 받아들이지만 잠시뿐이다. 성경에 “오래가지 못한다”로 번역되어 있지만 “아주 잠시뿐이다”로 번역할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환난이나 박해가 일어나면 걸려 넘어지고 만다”고 표현하는데 마르 9,42-47(다른 이를 죄짓게 하는 자에 대한 경고)의 내용을 생각해 보면 이 동사는 ‘죄를 짓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환난과 박해”는 복음서를 쓸 당시 초대교회가 처해있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초대교회 안에는 작고 큰 박해들이 있었고 많은 이들이 순교했다. 그리스도교가 공식으로 인정을 받기 전까지 이런 상황은 지속하였다고 볼 수 있다. 



돌밭으로 비유되는 사람들은 믿음을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오래 가지 못하고 믿음을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 같다. 씨가 뿌리내리지 못하는 것처럼, 말씀이 생활 안에서 뿌리내리지 못하고 외부의 어려운 상황을 만나면 흔들리고 믿음을 포기하는 사람들이다. 당시의 상황에서 어려움은 ‘환난과 박해’이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믿음에 희망을 두지 못하고 쉽게 절망하는 모습일 것이다. 또 어쩌면 내게 도움이 될 때는 신앙생활을 하지만, 도움이 되지 않을 때는 저버리는 이들을 나타낼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믿음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다. 이들은 개인적 필요에 따라 말씀을 따르기도 하고 저버리기도 한다.



“어떤 것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자라면서 숨을 막아 버려 열매를 맺지 못하였다.”(마르 4,7)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는 그나마 조금 나은 편이다. 왜냐하면 길과 돌밭과 비교해 본다면 뿌리도 내리고 싹도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매를 맺지는 못한다. ‘가시덤불’이라는 표현과 연관하여 예레미야 예언자의 말씀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참으로 주님께서 유다 사람들과 예루살렘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묵혀 둔 너희 땅을 갈아엎어라. 가시덤불에는 씨를 뿌리지 마라.’”(예레 4,3)



가시덤불에 대한 해석은 이렇다. “말씀이 가시덤불에 뿌려지는 것은 또 다른 사람들이다. 이들은 말씀을 듣기는 하지만,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과 그 밖의 여러 가지 욕심이 들어가, 그 말씀의 숨을 막아 버려 열매를 맺지 못한다.”(마르 4,18-19). 



말씀을 듣고 받아들여 믿음을 가지고 생활하지만, 이들 안에서 말씀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 이들은 말씀을 통한 믿음보다 세상 걱정이 더 큰 사람들이고, 말씀이 주는 기쁨보다 세상 재물에 더 마음을 두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의 비유가 어쩌면 가장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대목일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은 신앙과 욕심 사이의 무게다. 어떤 것이 좋은 신앙인의 자세인지 몰라서가 아니라 말씀을 따르며 살 것인지 아니면 욕심을 채우며 살 것인지,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갈림길에서의 선택이 신앙을 통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지, 아니면 열매를 맺지 못하는지 결정한다.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싹이 나고 자라서 열매를 맺었다. 어떤 것은 서른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백 배의 열매를 맺었다.”(마르 4,8) 



마지막으로 나오는 ‘좋은 땅’에 대한 이야기는 비교적 간결하다. “싹이 나고 자라서 열매를 맺었다.” 그 해설 역시 다른 부연 설명 없이 “그들은 말씀을 받아들여, 어떤 이는 서른 배, 어떤 이는 예순 배, 어떤 이는 백배의 열매를 맺는다”(마르 4,20)고 설명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것은 자연적인 수확만이 아니라 말씀을 듣고 믿는 이들에게 내려주시는 하느님의 축복이라는 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비유를 들은 우리들 역시 질문해 보아야 한다. 나는 어떤 땅과 비교할 수 있는가? 나의 신앙은 어떤 모습인가? 



출처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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