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등불 밝히고 중에서 - 삶의 한복판에서...
하느님을 업신여기는 사람도 상황이 급박하면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기도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런 기도에 응답하시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할 때마다 불러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기계장치로서의 신'이라는 뜻입니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사용되던 장치입니다. 주인공이 곤경에 빠져 도저히 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을 때 갑자기 등장하여 상황을 일거에 해결하는 장치를 일컫는 말입니다.
우리도 살면서 어려운 일을 만날 때마다 이런 하느님의 등장을 고대합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약함 때문입니다. 좋은 시절에는 하느님이 마치 안계신 것처럼 맘대로 살다가, 곤경에 처하면 하느님께 절박하게 매달리는 것이 인간입니다. 그러나 믿음은 우리 생의 한복판에서 발현되어야 합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만이 아니라 우리 삶이 두루 평안할 때에도 하느님의 뜻을 여쭙고 그 뜻을 따라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마음과 깊은 일치를 이루기 위해 늘 겸손하게 엎드려야 합니다.
믿음은 삶의 방식이어야지 삶의 방편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