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수도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 (17)수도승 생활의 성경 독서


성경, 머리 아닌 마음으로 다가가야


2019.12.08발행 [1542호]




장 르끄레르 신부가 제시하는 두 번째 성경 독서는 수도승 전통 안에서 오랫동안 전해져온 독특한 성경 독서(the monastic lectio)인 렉시오 디비나이다. 이것은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을 머리가 아닌 순수한 마음으로 읽고 듣는 수행이다. 이러한 독서의 수행은 자연스럽게 ‘묵상’(meditatio)과 ‘기도’(oratio)를 향하며 그리고 최종적으로 하느님과의 깊은 일치인 ‘관상’(contemplatio)에로 나아가게 한다. 윌리암 존스턴 신부는 이것을 관상적이고 신비적인 접근 방법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마음을 열고 믿음을 가지고 성령의 빛과 인도에 따라 말씀을 맛보고 음미하라는 것이다. 




중세를 거치면서 수도승 전통 안에서 행해졌던 단순한 독서는 점차 전문적인 연구들로 대체되어 갔다. 그래서 성 빅토르 수도원의 휴(Hugh)는 새로운 학문적인 방법을 거슬러 렉시오 디비나 본래의 의미를 강조하였다. 중세의 시토회원이었던 아르놀드(Arnould) 역시 성경 독서를 할 때에는 성경으로부터 단순히 지식(scientia)을 찾기보다는 오히려 참다운 지혜(sapientia)를 찾아야 함을 강조하였다. 성 베르나르도 역시 성경을 대함에 있어 그것에 대한 단순한 연구보다는 우리의 마음을 온전히 그 안에 몰입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가르멜회의 유명한 영성가인 십자가의 성 요한은 머리로 하느님을 아는 것과 직접 체험하는 것은 다른 차원임을 지적하였다. 




우리가 성경을 읽으면서 지식을 얻어 하느님이 어떤 분이라는 것을 아는 것도 필요하지만, 성경 안에서 살아계신 그분의 소리를 직접 듣고 그분을 알아 뵙고 체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토마스 머튼 역시 이러한 깊은 단계, 즉 말씀 안에서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서만이 성경을 참으로 알게 됨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단계는 단순히 학문적인 성경 독서의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 더 깊은 인격적이고 신비적인 차원이다. 




수도승 전통 안에서는 언제나 이러한 하느님과의 깊은 인격적인 만남과 신비 체험을 위해 단순한 마음으로 말씀에로 다가가 온 마음으로 말씀을 소리 내어 읽고 들으라고 가르쳤다. 그래서 수도자들은 단순한 마음으로 말씀을 읽고 묵상함으로써 수도생활을 더욱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었다. 다행히 오늘날 교회는 렉시오 디비나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단순히 학문적인 측면에서만 성경을 읽을 때, 말씀 안에 살아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참으로 만날 수가 없다. 그러나 수도승 전통에서 행했던 것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성경을 읽다 보면 어느덧 그 말씀 안에 현존하시며 살아계시는 참된 하느님을 체험하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라르킨(E. Larkin)은 하느님의 말씀을 머리로서가 아니라 우리의 전(全) 존재로 읽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2010년에 입적한 법정 스님은 살아계실 때 여러 권의 아름다운 책들을 출간하셨다. 특별히 스님은 자신의 저서 「내가 사랑한 책들」에서 50권의 책을 간추려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마음으로부터의 책 읽기를 강조했다. “우리가 책을 대할 때는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자신을 읽는 일로 이어져야 하고 잠든 영혼을 일깨워 값있는 삶으로 눈을 떠야 한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 역시 머리가 아니라 온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출처:가톨릭평화신문

허성준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42 자유 게시판....활성화 할 수 없는가 요한/독수리 2012.01.29 1498
741 "중년의 고백" 요한/독수리 2011.11.08 5657
740 #성당소식#혼배미사 file 홍보미디어위원회 2021.04.20 140
739 차광호 파스칼 주임신부님 사제서품 25주년 감사미사 1 요한/독수리 2012.07.08 2218
738 <교구>연령연합회 정기총회 연령회 2012.01.29 875
737 <명례성지> 2013년 일출 기원미사 초대 file 요한/독수리 2012.12.03 888
736 '의문하는 사람'과 '질문하는 사람' 제네시오 2020.02.15 85
735 '판공성사 보는 방법' 요한/독수리 2011.12.21 20777
734 '하느님 맛의 사람들' vs '재물 맛의 사람들' 제네시오 2019.11.09 44
733 (가정의 달) 잘사는 가정 설송(雪松) 2019.05.06 128
732 (교구소식) 가톨릭신문/ 연도경연 대회, 평신도 대회 file 명례성지 2012.11.22 2523
731 (교구소식) 사제.부제 서품식 요한/독수리 2011.12.27 1824
730 (그때, 두루 소식) 제29회 전국가톨릭공무원 피정대회 결과.... file 요한/독수리 2012.05.28 1611
729 (도보순례기)믿음의 씨앗을 뿌린 순교자 윤봉문 요셉을 기리며... 요한/독수리 2013.04.21 2035
728 (명례소식)2011-2012 해넘이-해맞이 행사안내 요한/독수리 2011.12.20 735
727 (유머) 개구리와 나뭇꾼 요한/독수리 2014.07.17 541
726 (유머)누가 우물에 앉아 있어예~ 요한/독수리 2014.07.17 652
725 * 1년과정-사회복지사/보육교사/평생교육사 교육안내 평생교육원 2011.12.26 490
724 103위 한국 순교자 영정?성화? 사진 file GB/김현희 2012.04.07 521
723 10월 묵주기도성월 기억해야 할 묵주기도 방법... 제네시오 2019.10.16 17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38 Next
/ 38
2024 . 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당일일정: (Mon May 6, 2024)
pln_no_event

642-817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원이대로473번길 25
전화:(055)262-0985 팩스: (055)285-1826
Copyright © 2013 반송성당. All Rights Reserved

천주교마산교구 미디어국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