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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그리고 위령성월...|
인디언 아라파호 족은 11월을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고 부른답니다.


이 문장은 두 가지 사실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먼저 사라진 것이 있죠. 11월은 뭔가 사라져버린 달, 사라지고

있는 달입니다.  하지만 '모두 다' 사라진 건 아니죠.


사라진 것들 뒤에, 사라지는 것들 틈에 분명히 남아 있는 것이

있다는 겁니다.  그들에게 11월은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남아

있는 시간이었을까요?
 
여름의 약동하던 생명력이 사라집니다.
숨이 멎을 것 같은 폭염의 열기가 사라집니다.
들판을 가득 채우던 푸른 기운들, 푸르른 나무와 열매와 농작물이

거둬들여지고  그 자리에 저무는 빛깔들이 가득 차옵니다.
  
이제 그 여백으로 조금은 그윽한 시선이 머뭅니다.
그 시선은 낙엽을 보고 서늘해진 공기를 어루만집니다.
꽃이 피었다 진 자리, 뜨거웠다가 열정이 가라앉은 자리, 북적대던

여름의 뒤안길을  쓰다듬으며 조금씩 옷깃을 여밉니다, 그 시선은.
  
그리하여 사라진 것들에 이어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 것들을 만나게 됩니다.
여전히 우리 곁에 보석처럼 빛나는 것들을 보게 됩니다.


비로소 발견하게 됩니다.
가득 차 있을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
모든 것이 휘황할 때는 미처 시선이 닿지 않던 것들.
  
그리하여 가끔 그 시선은 내 안으로도 고개를 숙이게 합니다.
오늘 내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합니다.
 
한편 가톨릭교회의 11월은 위령성월입니다.
말 그대로 세상을 떠난 영혼의 영원한 안식을 구하는 시간이죠.
그리운 그들을 그리워하는 건
결국 내 죽음을 기억하게 합니다.
 
지난 여름 한국 평협상임위원회가  인천교구에서 열렸는데

그때  강화에 있는 '일만위 순교자 현양 동산' 십자가의 길에서
'무덤, 부활의 자리'라는 문장을 봤습니다.


죽음은 끝이지만 믿는 이들에게는 부활을 위한 싹이 돋는 자리겠지요.
바로 거기에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새로운 시작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시작 말입니다.
 
'죽음'
위령성월에 죽은 이들을 기억하며 그들의 '죽음의 자리'를 돌아보고
결국 내 '삶의 자리'를 돌아봅니다.
  
꽃도 지고  낙엽도 집니다.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운 가을.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닌 달',
 
11월입니다.
죽음으로 이별한 이들을 마음껏 그리워하며
이미 사라진 것들과 제대로 작별을 고하고
아직은 사라지지 않은 것들과 더 사랑하며 살 것을 다짐합니다.
 
부끄러워하지 않고 엉거주춤하지 않고
타오르는 단풍의 붉은 마음처럼 어여쁘게
사랑하리라 마음 먹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내일 고성 이화공원 묘지에 갑니다.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주교님과  신부님  그리고 배우자와 부모 형제

 친지들을 위해 기도하러 그분들을  만나러 갑니다

.

'이 삶'은   빛으로 영원히 이어지는 '저 삶'으로 내딛게 됩니다.

눈이 부시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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