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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해는 뜨고 또 진다. 때문에 모든 일출과 일몰은 동일하게 보인다.

2년 전,구정때  함안 악양루에 올라 일몰을 바라본 일이 있다. 겨울 찬바람은 쌀쌀했고

둥글고 완만한 해는 만물을 자애롭게 비추며 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2월초, 설날 고향길에 다시 악양루에 올라 겨울 일몰을 바라보았다.

서서히 기운을 다하는 붉은 해는 그러나 2년 전 그날의 해는 아니었다.

남강과 함안천이 만나는 물목 위 절벽에 자리 잡은 악양루는

함안군과 법수면, 대산면을 연결하는 지방도를 따라가다 악양 벌판이 끝나는 지점에 그림처럼 앉아 있었다.

1857년에 건립됐다 6·25전쟁으로 소실된 것을 복원했으며 앞면 3칸, 옆면 2칸 규모로 팔작지붕을 이고 있었다.

 

중국의 명승지인 ‘악양(岳陽)’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말에 그는 옛 시인들이 칭송하던 중국 악양도 이곳과 같이

앞으로 너른 들과 강이 펼쳐지고 뒤로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서 있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주위를 둘러보면. 서쪽으로 자굴산, 한우산, 좌측으로 여항산, 봉화산으로 이어지는 산맥이 한눈에 보였다.

이곳에서 ‘처녀 뱃사공’ 노래가 탄생했다고 했다. 6·25전쟁이 막 끝난 1953년 유랑극단 단장인

윤부길(가수 윤항기, 윤복희의 부친)이 함안 가야정에서 공연을 마치고 악양루 근처에 머무르게 되었는데,

이때 악양 나루터에 노를 젓는 처녀뱃사공의 사연을 듣게 된다.

 

군에 가 소식이 끊긴 오빠를 대신해 노를 저어 길손을 넘겨주면서 오빠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는 것.

이후 윤부길이 이 이야기를 토대로 가사를 쓰고 한복남이 곡을 붙여 1975년 황정자가 부른 ‘처녀뱃사공’이라는

명곡이 탄생했다. 곡조를 모르는 손녀는 시를 낭독하듯 노랫말을 읊었다.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에 스치면/ 군인간 오라버니 소식이 오네/ 큰애기 사공이면 누가 뭐라나/

늙으신 부모님은 내가 모시고/ 에헤야 데헤야 노를 저어라/ 삿대를 저어라.’

 차가운 바람을 얼굴에 맞으며 바윗길을 올라 아무도 없는 악양루에 앉았다. 오르는 길은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5시를 지나자 붉게 물든 해가 서서히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곤 산 너머로 순식간에 사라진다.

 

주홍과 보라, 푸른색이 오묘하게 뒤섞인 에메랄드 빛 여운을 남기며. 하지만 진공과 같은 침묵 속에서

담담히 어둠을 맞고 있는 저 해는 지난날 그 해는 아니다. 너른 함안 들판 위에 천천히 내려앉던 그날의 해보다

훨씬 붉고 단단하고 단호하다. 지난 세월이 수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듯 봄과 여름, 가을의 응축된 에너지를 품은 해는

이전과는 사뭇 달라져 있다.

 

해가 어둔 땅 밑으로 지는 이유는 반대편 어느 드넓은 육지와 바다 위에 다시금 이글거리며 떠오르기 위함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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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함안군 대산면의 악양루에 올라서면 굽이쳐 흐르는 남강을 배경으로 해가 떨어지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해가 지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옛 선비들은 산 중턱 아주 조그마한 공간에
정자를 왜 세웠을까’ 했던 생각은 금세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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