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닿은 사랑 중에서 - 조화의 아름다움...
저마다 개성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백인백색이라고 사람들은 저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에 갈등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지만 '인간"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자. 사람은 다른 이들과의 관계속에 있는 존재이다. 나와 생각도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도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우고 익힐 때 우리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용납해야 한다. 아니 존중해야 한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렸다고 말하거나 눈을 하얗게 치켜뜨지 말아야 한다. 한 번 생각해 보자. 나와 똑같은 사람들만 이 세상에 산다면 좋을까? 못 견딜 것 같다. 참 재미없는 세상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나와 다른 이들이 있어 행복하다.
한 사람이 얼마나 성숙한 사람인가는 그가 얼마나 다른 이들과 조화를 이룰 줄 아는가를 보면 된다. 이것을 예수님은 "평화를 이루는 사람이 복이 있다"(마태오 5,9)고 했다. 그런 이가 곧 하느님의 자녀라 하셨다. 물론 조화를 이룬다고 해서 자기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미술 시간에 배운 게 생각난다. '색상대비'라는 것이 있다. 채도가 반대인 색, 예컨대 빨간색과 녹색을 동시에 보면 그 색들이 본연의 색보다 훨씬 선명하계 보이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색이기에 서로를 더 도드라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 색들을 잘 조화시킨 그림들은 우리 마음속에 아주 강렬한 정서적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어느 색도 자기 본래의 색을 잃지 않았지만, 다른 색과의 조화를 이룸으로써 혼자는 일으킬 수 없는 감동을 일으킨다. 성가대의 합창을 예로 들어보자. 각각의 파트가 자기의 성부를 잘 부를 때. 또 그것이 지휘자의 조율에 따라 조화를 이룰 때 우리의 가슴 깊은 곳에 있는 심금을 울린다. 높고 낮은 음색들이 어울려서 하나의 전체를 이를 때 우리는 아름다움과 만나게 된다. 그런데 베이스 파트를 맡은 이가 느닷없이 "'왜 소프라노는 주선율을 노래하는데 나는 늘 뒤만 받처 주어야 하나" 하고 소프라노 파트를 부른다면 합창은 망치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에서 심벌즈를 맡고 있는 이가 자기 역할의 미미함에 화가 나서 아무 때나 심벌즈를 울려댄다면 연주는 망치게 마련이다. 내 역할을 제대로 알고 적절한 시간에 그 역할을 감당할 때 우리는 전체를 위해 의미 있는 기여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