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명...
'주님, 말씀하십시오.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루카 12,35-36)
순명이란 '귀 기울여 듣는 것'입니다. '지금 그리고 여기'에 있는 우리에게 건네시는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그 뜻을 분별하여 따르는 것이 순명입니다.
순명은 하느님을 믿는 형제자매들 상호간의 윤리이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교회 안에서 '내 지위가 높으니까 그대는 무조건 내 말을 따르라'고 한다면 그것은 억지입니다. 우리가 공동체로 부름을 받은 까닭은, 나만의 소리를 내지 않고 다른 이들의 소리를 들으면서 조화로운 화음을 이루는 법을 배우라는 하느님의 초대입니다. 순명이란, 그러니까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깊이 이해하지 않고는 더불어 살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순명은 매일매일 우리 자신의 이기심과 미움과 냉담함을 극복해 가는 수행이기도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