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肉), 혼(魂), 영(靈)...
육(肉)은 그저 살덩어리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몸을 가진 유기체로서 인간이 그 몸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채우고자 하는 욕망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혼(魂)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성적 능력 같은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뭔가를 추상하고 판단하는 능력, 도덕적 주체로서 결단하고 양심의 부름에 응답하여 사는 것이 모두 혼의 작용과 연결됩니다. 영(靈)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특질입니다 간단히 말해, 하느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의 경우는 육(肉)이라는 기관차가 영과 혼을 끝고 갑니다. 육체적 본능에 충실한 사람입니다. 육이 요구하는 바를 채우는 일에 골몰하느라 영과 혼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지요.
그런가 하면 혼(魂)을 기관차로 삼아 살아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윤리적 주체로서의 의식이 강해서 육체적 본능을 제어하고 영의 속삭임보다 타자의 눈을 의식하며 살아갑니다. 그들은 일견 도덕적으로 보이지만 때로는 사람을 질식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는 자기 나름의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용납하기 어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영(靈)을 기관차로 삼아 살아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본능에 따라 살기보다는 하느님께 길을 여쭈며 조심스럽게 삽니다. 예수님의 경우가 그러합니다. '내 양식은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고, 그분의 일을 완수하는 것이다.'(요한 4,34) '내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것을 부담이 아니라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야말로 영의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