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성당에 처음입니다만] (21) 왜 십자가는 여러 형태인가요

그리스도 사랑과 구원의 표징, 십자가

2019.07.28발행 [1525호]

나처음 : 유럽의 여러 성당을 둘러보면서 특이한 걸 발견했어요. 성당마다 장식된 십자가의 형태가 다른 거예요. 예수님께서는 단 한 번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는데 왜 십자가는 여러 형태인가요. 

조언해 : 그건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등 시기마다 표현하는 화풍이 달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신부님?

라파엘 신부 : 처음이가 유럽 여행을 하면서 성당을 아주 꼼꼼하게 살펴보고 왔구나. 성당의 중심이 어딘지 궁금해하고 또 십자가 모양이 다른 걸 찾아내는 걸 보니 교회를 바라보는 눈과 생각하는 마음이 점차 넓어지고 깊어졌구나. 먼저, 십자가의 의미를 풀이하는 게 이해하기 쉬울 것 같구나. 십자가는 그리스도로 인해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단다. 

십자가는 원래 잔혹한 사형 도구였단다. 기원전 6세기부터 서기 4세기까지 페르시아와 카르타고, 로마 제국에서 정치범과 사형수들을 십자가에 매달아 처형했지. 예수님도 티베리오 황제가 로마 제국을 통치할 때 예루살렘 총독 본시오 빌라도에 의해 ‘유다인의 왕’이라는 죄목으로 십자가형으로 처형되셨단다. 복음서와 로마 역사가 타치투스 「연대기」 등을 기초로 예수님께서 서기 30년 4월 7일에 처형되셨다고 해. 하지만 예수님의 부활로 ‘치욕’의 십자가는 ‘구원’의 상징이 되었단다. 

성경은 그래서 십자가가 예수님을 통해 거룩하신 하느님과 죄에 빠져 허덕이는 인류 사이를 화해시키는 도구(에페 2,16; 콜로 1,20)라고 증언해. 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인간은 구원되어 새 창조물, 새로운 사람이 되어 하늘나라에서 그리스도의 한 형제로 하느님의 유산을 차지하게 됐다(갈라 6,15-16)고 설명하지. 아울러 십자가를 지는 것은 주님의 참 제자가 되며(루카 14,27),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마르 8,34)이 된다고 가르치고 있단다. 이처럼 십자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의 표징, 그리스도교의 표지가 되었단다.

이제 왜 여러 형태의 십자가가 교회 안에 존재하는지 설명할게. 먼저 예수님께서 지신 십자가에 대해 알아보자꾸나. 당시 로마인들은 십자가를 두 가지 형태로 사용했단다. 사형장에 항상 세워져 있는 세로나무 위에 가로나무를 얹으면 ‘T’자 모양의 십자가가 되고, 세로나무 꼭대기 아랫부분에 가로나무를 붙들거나 못 박아 매달면 ‘†’형 십자가가 되는 것이지. 예수님께서 어떤 형태의 십자가에 못 박혔는지는 알 수 없단다. 

‘T’자형 십자가는 헬라어 알파벳 ‘타우’(대문자 Τ, 소문자 τ)를 닮아 ‘타우 십자가’라고 불러.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이 십자가를 특별히 사랑해 프란치스코회 수도자들이나 제3회 회원들이 타우 십자가를 많이 착용하고 다닌단다. 

‘†’형 십자가는 서방 교회에서 많이 사용해 ‘라틴 십자가’라고 하고, 가로세로 길이가 같은 ‘+’ 형은 ‘그리스 십자가’ ‘비잔틴 십자가’ ‘정교회 십자가’라고 해. 

라틴 십자가에 작은 가로나무가 윗부분에 붙여져 있는 것은 ‘유다인의 왕 나자렛 예수’라는 예수님의 죄명패가 붙어 있는 십자가이고, 이 십자가 아랫부분에 비스듬히 작은 발판을 덧붙여놓은 것은 ‘러시아 정교회 십자가’ 란다.

초대 교회 신자들은 십자가 문양을 내놓고 사용하지 못했단다. 이 시기 사람들은 “어떻게 십자가형을 받고 처형된 자를 신으로 섬길 수 있느냐”라며 그리스도인들을 모욕하는 일이 흔했단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주님의 수난과 부활을 표현할 때 물고기나 어린양, 착한 목자 그림으로 대신했지. 

▲ 키로 십자가. 콘스탄티누스 군대가 사용한 십자가 모양이다.

십자가가 그리스도교의 상징으로 세상에 처음 공개된 것은 서기 312년 로마 테베레 강 밀비오 다리 전투 때였어. 콘스탄티누스 군대가 군기와 방패에 헬라어 ‘Χριστοs’(크리스토스)의 앞 두 글자를 붙인 형태의 십자가를 그리고 전쟁에 나가 막센티우스 군대를 물리치고 승리했지. 이후 이 십자가는 로마군의 표식이 되었단다. 이것이 그 유명한 ‘키로 십자가’란다. 

▲ 안드레아 십자가. 안드레아 사도가 X자 모양의 십자가에서 순교하셨음을 드러낸다.
참 ‘X’형 십자가도 있어. 안드레아 사도가 X자 모양의 십자가에서 순교하셨기에 ‘안드레아 십자가’라고 불러. 

이처럼 십자가는 예수님께서 어떤 형태로 십자가에서 수난하셨는지를 자세히 표현하거나 사도들과 교회 단체의 표식을 알리는 방법에 따라 그 형태가 다르게 발전해 왔단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46 할머니의 유머퀴즈 요한/독수리 2013.04.06 2894
745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요한/독수리 2013.04.06 1469
744 희생을 기억하자 요한/독수리 2014.08.13 377
743 흔들리는 6계명? 요한/독수리 2015.03.27 439
742 회개의 생활을 통해 성탄 준비를! 요한/독수리 2013.12.14 566
741 회개는2... 제네시오 2019.12.06 82
740 회개는... 제네시오 2019.11.10 28
739 활동하는 레지오가 됩시다... 제네시오 2019.09.29 56
738 홈페이지에 관한 생각 요한/독수리 2014.02.08 607
737 홈페이지 개선 요청 부탁합니다 2 제네시오 2013.05.10 989
736 허철수 미카엘 신부님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요한/독수리 2014.07.27 1228
735 행복단상_사랑한 만큼 살고간다 제네시오 2024.05.14 2
734 햇빛을 보고 감사하는 사람 요한/독수리 2013.04.06 895
733 해야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제네시오 2019.11.13 35
732 함께 하는 공동체를 위한 건의사항 요한/독수리 2013.08.16 895
731 한국평협 마산교구 가톨릭교육관에서 1차 상임위원회 가져 요한/독수리 2013.05.04 902
730 한국평협 2014년 제1차 상임위원회의 요한/독수리 2014.05.08 647
729 한국천주교회 초기 순교자 124위 시복 결정 요한/독수리 2014.02.09 1587
728 한국천주교 제례예식 (기일, 설, 한가위) 포그미 2021.01.05 391
727 한 옛날 명례에는 file 관리자 2013.09.11 84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38 Next
/ 38
2024 . 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당일일정: (Fri May 17, 2024)
pln_no_event

642-817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원이대로473번길 25
전화:(055)262-0985 팩스: (055)285-1826
Copyright © 2013 반송성당. All Rights Reserved

천주교마산교구 미디어국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