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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는 갑인가? - 마산교구 총대리 강영구 신부

사제는 갑인가? - 마산교구 총대리 강영구 신부

 
발행일 : 2013-06-16(가톨릭신문)
 
7일은 ‘사제 성화의 날’이다. 다음은 마산교구 총대리 강영구 신부가 사제 성화의 날, 마산지구 사제단에 한 강의를 요약, 특별 기고로 보내온 것이다.


‘갑을(甲乙) 논쟁’이 요즘 화두이다. 필자는 갑을 논쟁 자체를 좋아하지 않고, ‘갑질’이라는 말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약자인 을이 얼마나 아픈 상처를 받았으면 갑질이라는 말까지 사용하게 됐는지를 생각하면 이해할 만하다. 교회 안에서는 어떨까? 교회 안에 갑을논쟁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총대리로 일을 하다 보니 그게 아니었다. 교회 안에서 사제는 갑인가? 평신도는? 결론적으로, 평신도들은 수퍼갑이고 사제들은 을이다.

사제들의 모난 성품을 평신도들은 대체로 너그럽게 받아준다. 하지만 요즘 평신도들은 사제로 인한 불편함과 갈등을 담아두기만 하지 않고 표출한다. 총대리 자리는 묘한 곳이어서 교구 내 본당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이야기, 평신도들의 이런 저런 호소를 듣게 된다.

평신도들은 사제들의 ‘갑질’에 대해 호소한다. 수퍼갑인 평신도들에게 을인 사제들이 갑질을 하는 이유는 성직자 중심주의 때문이다. 사제들의 갑질은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본당 운영을 사제 맘대로 한다 ▲해치우듯 미사와 성사를 집행한다 ▲불성실한 강론 ▲고해성사 보기가 죽을 맛이다 ▲인사성이 없다 ▲함부로 말하고 예의가 없다 ▲상식 없이 유치한 언행을 한다 ▲재정 처리가 불투명하다 ▲주일미사에서 위로는커녕 꾸중만 듣고 간다 ▲생일, 서품일, 영명축일, 은경축, 회갑, 고희 등 온갖 기념일을 다 챙겨줘야 한다.

사제들의 갑질은 직무 사제직을 불성실하게 수행하기 때문이다. 평신도들은 그 권한이 없기 때문에 당하는 입장이 된다. 성직자 중심주의는 수퍼갑인 평신도를 을인 것처럼 순치(馴致)시켜, 그들은 자신들을 ‘병신도’라고 자조한다.

평신도들이 수퍼갑인 이유는 이러하다.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평신도 가정에서 배출된다 ▲교회 운영과 사제들의 생활은 평신도들의 교무금과 헌금에 의존한다 ▲평신도가 없으면 사제의 존재 이유가 없다 ▲사제 없는 교회는 가능해도, 평신도 없는 교회는 생각할 수 없다 ▲직무 사제직은 일반 사제직을 바탕으로 한다.

평신도들이 수퍼갑임에도 불구하고 을처럼 느끼는 것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제들이 직무 사제직을 방편 삼아 을처럼 교육하고 순치시켰기 때문이다. 성사와 전례를 거행하는 사제들은 은총의 시혜자로서 갑 행세를 하고, 평신도들은 수동적 수혜자로서 수퍼갑의 위치를 잊고 자신들을 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평신도들은 이러한 갑질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사제에게 직접 불만을 표시하기 어려워서 교구청에 호소하지만 가재는 게 편이다. 이때부터 평신도들의 ‘진짜 갑질’이 시작된다. 사제들의 갑질과는 차원이 다른, 무서운 갑질이다.

이른바 ‘가나안 신자’(‘안 나가’ 신자를 거꾸로 한 말) 현상이다. 천주교에서는 ‘냉담 신자’, 혹은 ‘쉬는 교우’라고 부른다. ‘소속 없는 신앙’(believing without belonging) 또는 ‘교회 없는 그리스도인’(unchurched Christian)을 이른다.

가장 큰 원인이 사제들의 갑질이다. “저 신부 떠나고 나면 나가겠다”고 하다가 아예 안나가게 된다. 이것이 수퍼갑 평신도들의 갑질이다. 주일미사 참례율이 전체 신자 대비 20% 선에 머물고 있는 이유, 많은 신자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를 숙고해야 한다.

예수님은 ‘절대 갑’이다. 그래서 제자들 앞에 무릎을 꿇고 더러운 발을 씻기고, 십자가에서 죽을 수 있다. 절대 갑인 예수님은 당신 몸인 교회 안에서 갑은 무엇이고, 을은 무엇이냐고 호통을 치신다. 높은 사람이 되려는 사람은 남을 섬겨야 하고, 첫째가 되려면 종이 돼야 한다. (마태오 20, 26-28 참조) 스승인 예수님처럼 서로 발을 씻어주고(요한 13,14 참조), 서로 사랑하며, 친구를 위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요한 15,12-15 참조)

예수님은 당신처럼 우리도 절대 갑이 되라고 초대하신다. 예수님의 절대 갑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갑질을 그만두어야 한다. 교회 안에 갑을은 없다. 약한 지체를 더 소중히 여기고, 감싸는(1코린토 12,22-23) 동체자비행(同體慈悲行)이 필요하다. 자기 소명을 겸손하고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절대 갑이 되는 길이다. 동료 사제들에게 꼭 당부 드리고 싶다. 상식선에 머물러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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