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정이는 가라
어느덧 사순 3주일입니다.
지난 재의 수요일, 사순절을 시작하며 우리 모두는 머리에 흰재를 받으며
창세기에 나오는 “사람은 흙에서 났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살아오던 관성에 젖어 이 말씀
마저도 매년 듣고 지나가는 통과의례로 생각하며 그저 살던 대로 살아갑니다.
이에 오늘 예수님께서는 ‘그것이 아니라고’ 기어이 채찍을 휘두르십니다.
제발 말 좀 들으라고, 제발 네 생각대로 하지 말고
하느님 아버지의 생각을 먼저 좀 살피라고, 제발 네 뜻대로 하지 말고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먼저 좀 헤아려 보라고 오늘 예수님께서는 기어이
우리에게 채찍을 휘두르십니다. 성전은 사람의 생각을 앞세우는 곳이 아니라
하느님의 생각을 앞세우는 곳이라고, 성전은 사람의 뜻을 드높이는 곳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드높이는 곳이라고, 성전은 사람의 판단을 내세우는 곳이 아니라
하느님의 판단을 내세우는 곳이라고 우리에게 채찍을 휘두르십니다.
성전은 우리의 삶을 돌아보며 하느님의 자비를 느끼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성전은 내 뜻을 버리고 하느님의 뜻을 찾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성전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며,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돋보이는
곳에서는 하느님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
져야”(요한 3,30) 합니다.
사순절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는 시기입니다. 단순히 내게 주어진 어떤 고통이나
고난을 짊어지고 가는 것이 예수님의 십자가가 아닙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내가 죽음으로써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내가
죽음으로써 사람을 살리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알맹이
(본질)에 충실하게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성전의 화려함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하느님의 계명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정말 거룩한 것은 입(말)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려는
손과 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