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메세지다 중에서 - 열매로 존재를 안다...
예수는 열매를 보면 그 나무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가시 나무가 포도열매를 맺을 수 없고, 엉컹퀴에서 무화과를 딸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어떠한 존재인지는 그의 자기 진술이나 자기규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의 있음이 주위에 일으키는 파장을 통해 드러난다. 근사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사람들 속에 허영심과 부산스러움의 파장을 일으키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있는 듯 없는 듯 고요하지만 주위에 행복과 순수와 불멸의 아우라를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사람들을 강제하지 않으면서도 '나'의 경계를 넘어 타자들의 삶을 향해 흘러가도록 우리 가슴에 길을 낸다. 그들은 진리의 일부를 전부인양 호도하는 법이 없다.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지도 않는다. 자기와 다른 견해와 입장을 가진 사람을 경멸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겸허히 인정하면서 다른 이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가 있는 곳에서 불화는 사라진다. 그의 곁에 서 있기만 해도 타오르던 욕망이 잦아들고, 거룩한 생의 열망이 일어난다. 그들은 밤하늘을 수 놓는 불꽃놀이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누군가의 가슴속에 빛의 알갱이를 흩뿌려 삶을 축제로 바꾼다.
열매를 맺지 못한 채 잎만 무성한 나무는 얼마나 애처로운가,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면서, 내 치부를 가리고 있는 허세가 한 꺼풀씩 벗겨지는 그 두려운 때를 예감한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몸이 느끼는 추위는 어쩌면 내면의 부실에 대한 예감 때문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