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등불 밝히고 중에서 - 선택된 백성이 된다는 것...
(조너선 색스, 사회의 재창조)
선택된 민족은 과업에 의해 규정된다면 지배자 민족은 타고난 우월의식에 의해 규정된다. 선택된 민족은 헌신에의 소명을 느끼지만 지배자 민족은 지배의 욕구를 느낀다. 선택된 민족의 특색을 나타내는 감정은 겸손이다. 반면 지배자 민족의 미덕은 라틴어로 수퍼비아 (superbia)라 일컫는 것, 즉 긍지(교만)이다."
유대인들이나 지금의 기독교인들이 보이는 태도는 선민의식이 아니라 지배자 의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너선 색스는 지배자 민족은 승리를 기념하는 건축물이나 기념비를 세우지만, 선택된 민족은 반대로 패배와 결점을 기록한다고 말합니다. 지배자 민족은 승전탑을 쌓고 개선문을 세우고 거대한 성당을 건축합니다. 하지만 성경은 하느님을 등지고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기록합니다. 성경은 그런 의미에서 자기 비판적입니다. 키브롯 타아와(탐욕의 무덤,민수기 11,34)에 대한 기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어쩌면 숨기고 싶었을 자기 조상들의 모습을 성경 속에 담아놓은 것은 그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자기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계기로 삼기 위한 것이 아닐까요? 인간은 타고난 성품, 환경, 사회적 상황에 묶여 살아갑니다. 믿음은 그 사슬에서 벗어나 더 큰 세계를 지향하는 것입니다. 주님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복음 8,32)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진리 안에 있는 사람은 더 이상 상황의 노예가 아닙니다. 그는 그 상황의 인력을 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입니다. 그 자리에까지 가지 못한다면 우리의 믿음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불평 불만과 환멸 가득찬 이 세상에서 너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이제 우리가 삶으로 대답해야 할 차례입니다. 참된 자유와 평화 그리고 안식은 경제적인 넉넉함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이 하느님의 마음과 잇대어져 있을 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탐욕의 무덤(키브롯 타아와)가를 서성이며 살기보다는 단출하지만 가볍고 명랑한 삶을 선택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모세를 도와 백성들을 이끌어야 했던 일흔 명의 원로들에게 하느님의 영이 내려와 머물렀던 것처럼, 우리들도 하느님의 영에 사로잡혀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