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등불 밝히고 중에서 - 두개의 세계를 보는 이는...
일상에 가득한 하느님의 은총에 가슴이 뛰지만, 다른 한편으로 인간 삶과 세계를 파괴하는 대상 앞에서 가슴을 저린다. 두 세계를 동시에 볼 줄 아는 사람에게 주어진 숙명이 바로 그것이다. 그 대상이 보이지 않으면 자신의 구원에 도취되어 흥겨운 노래만 부르면 되고, 은총이 보이지 않으면 머리끈 동여매고 그 대상과 투쟁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서로 다른 두 세계를 두 눈 부릅뜬 채 직시하고 있는 이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웃다 울다' 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사람의 내면세계에서 일어나는 혼란을 눈치채지는 못할 것이다. 두 세계를 보는 사람은 그런 아픔을 혼자의 가슴앓이로 숨겨둔 채, 오히려 의연한 태도로 모순된 현실과 맞서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 용기있게 다가서려 한다. 그것은 곧 낮은 자를 향한 극진한 관심과 배려이다. 삶의 신비를 알알이 풀어내며 소외된 이웃과의 강력한 연대를 추구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