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
온갖 거짓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참’된 것을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혹여 참된 것을
만난다 하더라도 그것이 정말로 참된 것인지 식별하는 일은 더욱 어렵습니다. 거짓된
것이 더 참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속담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닙니다.
일전에 아침식사 시간에 과일로 한라봉을 먹었습니다.
정말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며 절로 군침이 돌게 하는 먹음직스러운 한라봉이었습니다.
달콤한 한라봉의 맛을 기대하며 한입 가득 베어 물었습니다. 그런데 “으…으…” 절로 신음이
흘러 나왔습니다. 시어도 너무 시었습니다. 정말로 ‘빛 좋은 개살구’였습니다. 그날 이후로
식탁에 오른 한라봉을 볼 때면 선뜻 손이 가질 않습니다.
오늘 주님은 당신이 참포도나무라고 공언을 하십니다. 신맛이 나는 가짜가 아니라 정말로
달콤한 포도를 맺는 참포도나무라고 강조를 하십니다. 예수님 시절에도 여전히 가짜가
기승을 부렸나봅니다. 사실 거짓된 것일수록 자신의 거짓을 감추기 위해서 더욱 화려하게
자신을 포장하는 법입니다.
물건도 그러하고, 말도 그러하고, 사람도 그러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에 현혹되어
‘정 주고 마음주고 사랑도 줬지만’ 결국은 남이 되어 돌아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화려함에
매번 속으면서도 여전히 화려한 불빛에 이성을 잃고 뛰어드는 불나방 같이 어리석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자신이 ‘참’ 포도나무라고 말씀하실 때,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 참‘포도나무’라고 알아듣고는 포도열매에만 집착하여 그 맛이
어떤지는 살피지 않고 그럴싸한 포도열매를 맺는 데에만 정신을 팔고 있습니다.겉으로 보기에
포도열매를 맺는 것처럼 보여도 제 맛을 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참포도가 아닙니다.
아무리 많은 신자와 화려한 성전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참으로 탐스러워 보인다고
하더라도 제 맛을 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미 번지수가 틀린 것입니다. 엉뚱한 나무에 매달려서
잘못된 열매를 맺고 있음에도 겉보기에 포도열매처럼 보인다고 안심하고 있다가는 언제 잘려
나갈지 모릅니다.
문제는 신맛을 내고 있는데 그 사실을 무시한 채 단맛을 내는 포도보다 더 탐스러워 보이려고
자신의 겉모습을 꾸미는데 정신을 팔고 있는 우리의 어리석음입니다.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우리는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가지’입니다.
그런데 자꾸 우리는 스스로 열매를 맺으려합니다. 그러다보니 엉뚱한 나무에 붙어서
신맛 나는 열매를 잔뜩 만들어놓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