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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릴수록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것' 중에서 - 옳고 그름의 잣대... 


정말 착한 사람은 착한 것이 그냥 좋아서 착하게 삽니다. 착하게 사는 것 자체가 기쁨인 것이지요. 히브리 말로 계명을 뜻하는 단어는 '미츠바'입니다. 그런데 이 단어는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명령과 법, 또 그것을 지켜야 하는 인간의 의무, 그 의무를 완수하는 행위, 특히 자비와 사랑의 행위를 함께 지칭합니다. 그러니까 미츠바는 하느님의 뜻에 부합하게 행하는 모든 행위를 뜻한다고 할까요? 히브리인들은 미츠바를 가진 사람이야말로 참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보상이 없다고 하여, 당장 열매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제멋대로 사는 사람은 자기를 잃어버린 사람이고, 병든 사람입니다.  

그런데 코헬렛 저자는 미츠바가 사라진 세상에서 사는 우리에게 '너는 너무 의롭게 되지 말고 지나치게 지혜로이 행동하지 마라.'(코헬렛 7,16)라고 말합니다. 지나치게 의인이 되지 말라 '지나친 의인'은 어떤 사람입니까?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자기에게 성실한 사람입니다. 그는 옳고 그름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깨끗합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자기 스스로 부여한 '성실성'이라는 이미지에 갇혀 살기에 늘 긴장합니다. 자기 자신을 꾸짖고 탓하며 살다 보니 다른 이들을 돌아볼 여백이 없습니다.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 수 없다지요? 그가 하는 말은 사사건건 지당한 말씀이고 그의 행동은 나무랄 데 없지만, 그는 누군가의 품이 되어 주지는 못합니다. 바리사이들이야말로 '지나친 의인들'입니다. 그들은 옳고 그름이라는 자기 기준을 가지고 사람들을 잽니다. 거기에는 여백이 없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긍휼과 자비의 자를 가지고 사람들을 대하셨습니다. 주님은 상대의 장점을 잴 때는 마음의 푼푼하시지만, 그들의 허물을 잴 때는 눈이 어두운 듯이 보입니다.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들이 보기에는 너무 물렁물렁해 보였을 겁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마련한 그런 헐거운 틈 사이에서 생명이 뿌리를 내리고 든든하게 자라 났음을 우리는 잘 압니다. 예수님이 가시는 곳마다 많은 사람이 따라왔던 것은 그런 여백 때문이었을 겁니다. 살다 보면 때로는 경계선 밖으로 걸어 나가야 할 때도 있는법입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는 영화에서 수녀들은 유대인들을 탈출시키려고 나치 군인들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합니다. 수녀들이 거짓말을 했다고 해서 그들의 경건이 깨진 것은 아닐 겁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을 위기에 빠뜨린다면, 그것은 '지나침'의 잘못을 범한 것입니다. 지나치게 의로운 것도 문제이고 지나치게 악한 것도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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