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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백의 언어들 중에서 - 우리의 지평이 넓어질 때... 


저는 편협한 그리스도인들을 불 때마다 슬픔을 느낍니다. 성경도 많이 읽고, 기도도 열심히 하고, 봉사활동도 빠짐없이 하지만, 조금이라도 자기와 다른 방식으로 민는 사람들을 도무지 용납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믿음이 좋다는 사람일수록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사람들을 눕힙니다. 그게 경건한 삶이라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경건이 아니라 오만이며, 영혼이 굳어졌음을 나타내는 징표입니다. 사람들은 성경을 얼마나 많이 알고, 교회를 얼마나 오래 다녔으며, 교회에서 맡은 직책이 무엇인지를 가지고 우리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할 뿐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관견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우리는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기 쉽습니다. 성경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경에 대한 정보를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그 속에 담긴 묘한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여기서 '묘한 뜻'은 '신비한 깨달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을 평생 믿어도 예수님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참으로 딱한 노릇입니다. 찌꺼기나 껍질을 붙들고 알갱이를 얻었다고 하면 안됩니다.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에 대해 말해 줄 수 없는 것은 우물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여름 벌레들에게 얼음에 대해 말해 줄 수 없는 것은 여름에 매여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에 대한 전문 지식인들에게 길에 대해 말해 줄 수 없는 것은 배운 것에 얽매여 있기 때문입니다.' 


넓은 세계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일수록 자기 세계가 전부라 생각합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기의 작은 세계를 떠나 큰 세계에 당도한 사람들입니다. 장소의 이동만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아브라함은 자기에게 익숙한 세계를 떠나야 했고, 이집트 땅에 살던 이스라엘은 광야로 나아가야 했고, 욥은 고난을 거치며 하느님의 큰 세계에 눈을 떴고, 갈릴래아의 어부들은 배와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 나섰습니다. 지평이 넓어질 때 사람은 비로소 겸손해집니다. '겸손이란 짐짓 다른 이들 앞에서 자기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작음을 깨닫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자기를 개시하는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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