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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기 쉬운 미사 전례] 영성체를 위한 준비 기도인 주님의 기도


“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는 허균의 「홍길동전」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입니다. 이는 세상을 창조한 ‘전능하신 하느님’을 ‘우리 아버지’라고 할 수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새삼 깨닫게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으로부터, 특히 부모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지요. 그래서 자기 자녀들의 이런 마음을 잘 헤아리는 부모는 자녀가 행한 결과에 대해 인정해 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좋은 결과가 있을 때만 ‘칭찬’해 주는 부모보다, 자녀가 어떤 일을 해 나가는 과정의 노력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격려’해 주는 부모의 자녀가 훨씬 자존감이 높다고 합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하느님 아버지의 격려를 잘 드러내는 것이 ‘주님의 기도’가 아닐까 합니다. ‘주님의 기도’는 그리스도와 이루는 일치로 가기 위한 여정에서, 하느님에 대해 어떤 자세와 태도로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며 무엇보다 무엇을 청해야 하는지를 잘 가르쳐줍니다.


현행 미사에서 교회는 주님께서 몸소 가르쳐주신 기도, 곧 마태오 복음(6,9-13)과 루카 복음(11,2-4)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 주님의 기도를 평화의 인사 전에 바칩니다. 이미 4세기에 로마 교회는 이 기도를 대부분의 동방과 다른 서방 교회에서처럼 빵을 쪼갠 후에 낭독했습니다. 성 그레고리오 교황(재위 590~604년)은 오늘날과 같은 방식으로 감사 기도 다음으로 배치했는데, 그 이유는 주님의 기도가 감사 기도의 완성을 이룬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부들은 이미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를 일상생활에 필요한 양식 외에 천상 양식인 성체로 여겼으며,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라는 훌륭한 청원을 영성체 준비로 간주했습니다.


로마 교회는 주님의 기도를 ‘주례자의 기도’로 삼아 사제 혼자 바쳤으며, 신자들은 마지막 청원인 “악에서 구하소서”만 함께 바쳤습니다. 그런데 1964년 「전례 헌장」의 올바른 실천을 위한 첫째 훈령 「세계 공의회」 48항은 이 기도를 공동체의 기도로 복귀시켰고, 기도 끝에 부속기도가 이어지기 때문에 “아멘”은 삭제했습니다. 그러나 사제가 팔을 벌리고 기도하는 자세는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부속기도는 이미 초세기 동방과 서방 전례에서 나타납니다. 부속기도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주님의 기도 마지막 두 청원인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와 “악에서 구하소서”를 확대한 내용으로, 모든 악으로부터 해방과 현세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진정한 평화는 죄와 근심으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하기 때문이지요.


“하느님의 자녀되어 구세주의 분부대로 삼가 아뢰오니”라는 권고에서 알 수 있듯이 초 세기부터 주님의 기도는 오직 세례받은 신자들만이 바칠 수 있는 신자 전용 기도입니다. 2세기 초에 작성된 「디다케」 8장에서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기도를 ‘하루에 세 번’ 바치라고 합니다. 이에 따라 교회는 성무일도의 아침과 저녁기도, 그리고 미사에서 주님의 기도를 바치도록 배치했습니다.


또한 신자 전용 기도임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교회가 옛 전통인 ‘주님의 기도 수여식’을 현행 「어른 입교 예식」에 복구시켜서 ‘정화와 조명의 기간’의 세례 전에 뽑힌 이들에게 ‘수련식과 수여식’에서 행한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뽑힌 이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새로운 정신을 더욱 깊이 깨닫고, 이 정신으로 특히 성찬 모임에서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게 됩니다.”(「어른 입교 예식」 25항)


출처: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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