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미사 전례] 주님과의 일치인 영성체
많은 사제의 모델이신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님께서는 크리스마스카드에 ‘밥이 됩시다’, ‘제가 밥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라는 문구를 즐겨 쓰셨습니다. 여기에는 ‘우리가 영혼과 육신이 허기진 이들을 위해 ‘밥’이 될 만큼 자기 자신을 내놓는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바람이 담겨 있지요.
어찌 보면 ‘밥’이 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얕잡아보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이기주의와 약육강식의 논리가 앞서는 사회에서, ‘밥이 됩시다’라는 말은 자신이 구원하려는 사람들 손에 의해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을 닮으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영성체는 주님께서 당신을 받아먹으라는 간절한 초대에 응답하여 그분과 일치하는 행위입니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요한 6,53)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 모시기 위한 적절한 준비로 신자들은 “교회가 정한 공복재(영성체 전 한 시간)를 지켜야 합니다. 또한 몸가짐(행동, 복장)은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손님이 되시는 그 순간에 걸맞은 존경과 정중함과 기쁨을 나타내야 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387항)
영성체 예식은 사제의 영성체, 교우들의 영성체, 영성체 노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최후 만찬에서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몸과 피를 먹고 마시라고 하셨습니다. 이에 따라 초세기에는 미사에 참례한 교우들은 특별한 장애가 없으면 모두 성체와 성혈을 받아 모셨습니다.
그러나 4세기 이후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인한 아리아니즘 이단에 맞서 교회가 그리스도의 신성을 강조하면서 성체 성혈도 지존하신 하느님의 몸과 피임을 강조하다 보니 교우들은 강한 경외심으로 차츰 영성체를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성체 신심 행위인 성체조배와 성시간 등이 영성체를 대신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중세 중엽에 마음과 정신으로 영성체를 해도 성체를 받아 모시는 것과 거의 같은 효과를 가져오는 영적인 영성체인 ‘신령성체’도 생겼습니다.
이러한 영성체 기피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제4차 라테라노 공의회(1215년)에서는 모든 신자에게 최소한 매년 주님 부활 대축일에는 고해성사를 하고 영성체를 하도록 의무 규정으로 제시하기까지 합니다. 현재의 「로마미사경본 총지침」에서는 “사제와 마찬가지로 신자들도 바로 그 미사에서 축성된 성체로 주님의 몸을 모시고, 미리 허용된 경우에는, 성작에서 성혈을 모시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이러한 표지들을 통하여, 영성체가 현재 거행되는 희생 제사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진다”(85항)라며, 희생 제사에 대한 온전한 참여인 교우들의 영성체를 권장합니다.
교회는 “성체와 성혈 양형으로 할 때에 표지로서 더 충만한 형태를 지닌다”(「로마미사경본 총지침」 281항)라고 하며 양형 영성체를 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또한 “한 가지 형상만의 영성체로도 그리스도를 참된 성사로 온전하게 모두 다 모시는 것이므로, 그 효과와 관련하여 오직 한 가지 형상만 모시는 이들도 구원에 필요한 은총을 결코 빼앗기지 않는다는 것”(「로마미사경본 총지침」 282항)임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몸과 피는 이제 우리가 함께 성체를 받아 모시는 순간 우리를 하나의 백성, 한 몸으로 결합하고, 당신을 닮아 먹히기 위해 쪼개진 빵이 되라고 합니다. “예수님과 함께 우리들 각자는 세상의 생명을 위해 쪼개진 빵이 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사랑의 성사」 88항)라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말씀은 영성체의 참된 의미를 밝혀줍니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