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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 닿은 사랑 중에서 - 고백은 문을 두드려 여는 것...

  

제가 입 밖에 내지 않으려 하였더니 나날이 신음 속에 저의 뼈들이 말라 들었습니다. 낮이고 밤이고 당신 손이 저를 짓누르신 까닭입니다. 저의 기운은 여름날 한더위에 다 빠져 버렸습니다. 셀라  제 잘못을 당신께 자백하며 제 허물을 감추지 않고 말씀드렸습니다. “주님께 저의 죄를 고백합니다.” 그러자 제 허물과 잘못을 당신께서 용서하여 주셨습니다. 셀라 (시편 32,3-5)


시간 속을 걷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겨운 일이다. 불안의 풍랑이 우리를 쉼없이 몰아치기 때문이다. 삶을 누리기는커녕 버터야 할 때가 많다. 더러 평안을 누릴 때도 있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다음 순간 또 다른 염려와 근심이 우리를 찾아온다. 기쁨과 슬픔, 불안과 안도감, 충만함과 탈진이 갈마들며 우리 인생의 무늬를 만든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앙버티다 보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다운 삶에서 멀어지기도 한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고,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할 때가 많다. 가끔은 반성조차 없이 시간의 물결에 떠밀리며 살기도 한다. 살기 위해서 우리는 타협한다. 세상과도 타협하고 자기 자신과도 타협한다. 젊은 시절, 우리는 꽤 엄정한 척도를 가지고 살았다. 하지만 현실에 부딪치면서 우리는 모서리를 잃어버린 네모꼴처럼 되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면서 적당한 선에서 갈등을 마무리하는 데 익숙해졌다. 삶의 기준을 자꾸만 낮추며 산다. 그런데 이상하게 삶은 무겨워진다. 시인은 그 까닭이 우리의 감취진 죄, 드러나지 않은 죄 때문이라고 말한다. 주님은 그런 죄를 모른 체하시는 분이 아니다.  

시인은 '주님께서 밤낮 손으로 나를 짓누르셨다'고 말한다. 이게 하느님의 사랑법이다. 하느님은 우리가 적당히 엉너리 치며 사는 것에 속아 넘어가지 않으신다. 숨겨진 죄, 용서받지 못한 죄는 우리 삶을 무겁게 만든다. 숨겨둔 죄는 우리 영혼을 흐리게 만들어 맑은 삶을 살지 못하게 한다. 우리의 삶의 부산물인 부정적 감정과 죄는 쓰레기와 같다. 그것을 자꾸 떠나 가게 해야 삶이 맑아진다. 음식물 쓰레기를 검은 봉지에 담아 집에 고이 모셔 두는 사람은 없다.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시인은 자기의 죄를 덮어 두지 않고 다 털어놓자 주님께서 기꺼이 용서하셨다고 고백한다. 죄를 고백한다는 것은 자기의 이중성과 대면한다는 말인 동시에 문을 열어 하느님의 빛이 우리 마음을 비추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우리 죄를 시인하고 그것을 하느님 앞에 내놓을 때 하느님은 즉시 용서해 주신다. 이웃을 무정하게 대한 죄, 누군가를 혐오한 죄. 누군가를 수단으로 삼은 죄, 불의를 방조한 죄를 주님 앞에 고해야 한다. 새로운 삶을 다짐해야 한다. 용서받는다는 것은 하느님과 우리 사이에 담이 사라지고 친교가 회복된다는 말이다. 수영 잘 하는 이가 물에 몸을 맡기듯 하느님의 부력을 신뢰하며 살 때 두려움과 원망의 버릇이 줄어든다. 우리를 칭칭 동여매던 것들의 힘이 약해지고 비로소 자유롭게 하느님의 꿈을 꾸며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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