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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호한 삶 앞에서' 중에서 -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한 생활을 하십시오.~ 여러분이 한뜻으로 굳건히 서서 한마음으로 복음에 대한 믿음을 위하여 함께 싸우고, 어떠한 경우에도 적대자들을 겁내지 않는다는 소식 말입니다. (필리피 1,27-28)


바오로는 필리피 교인들도 자기가 하는 것과 똑같은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들의 신앙생활에 대한 격려입니다. 신앙생활은 일종의 투쟁입니다. 세속적인 사회 한복판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많은 기독교인이 자신의 신앙적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은 채 세상 논리에 동화되어 삽니다. 드러내는 순간 그게 약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어떤 이들은 세상 질서에 동화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다가 씁쓸한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질병을 달고 삽니다. 특정한 병이 아니라 마음의 평안을 누리지 못한다는 뜻에서 하는 말입니다. 질병을 뜻하는 영어 단어 'disease'는 '없애다', '벗기다', '빼앗다'라는 뜻의 접두사 'dis'와 '편한' 홀가분함'이라는 뜻의 'ease'가 결합한 단어입니다. 우리에게 편힘과 홀가분함, 자유로움을 빼앗아 가는 것이 질병이라는 뜻입니다. 안식을 누리지 못하는 모든 이들이 다 질병에 시달린다는 말은 그런 뜻입니다. 현대인들은 모두 '기저질환자'입니다. 안식을 누리지 못하는 까닭은 대개 바같에 있습니다. 적대적인  시선과 말의 폭력에 시달리는 우리 가슴에는 시퍼런 멍이 들어 있습니다. 실적에 대한 부담 또한 우리를 짓누르는 무게입니다. 보이지 않는 전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현실 또한 힘겹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러나 이건 어쩔 수 없는 우리의 현실입니다. 고립되어 살지 않는 한, 우리는 타자들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도망치기 어렵습니다. 쓰리긴 하지만 그것을 내 삶의 한 부분으로 통합할 용기를 내야 합니다.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게 지혜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게 있습니다. 현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혹은 현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입니다.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인 프리모 레비가 <이것이 인간인가>에서 들려준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그는 나치 수용소가 사람들을 동물로 격하시키는 거대한 장치라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수감자들은 자기를 지키기 위해  더욱 애셔야 했습니다.  


'우리가 노예일지라도, 아무런 권리도 없을지라도, 갖은 수모를 겪고 죽을 것이 확실할지라도 우리에게 한 가지 능력만은 남아 있다. 마지막 남은 것이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 지켜내야 한다. 그 능력이란 바로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을 비인간으로 몰아가는 현실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저항의 시작입니다. 믿음의 사람들은 세상에 길들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에 이끌려야 가능한 일입  니다. 살다 보면 내면에 허섭스레기 같은 것들이 켜켜이 쌓이게 마련입니다. 원망, 적대감, 앙갚음하려는 마음, 불의한 분노, 심술굿음, 불친절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이것은 우리 삶의 산물입니다. 쓰레기장을 조사하여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실태를 알아보는 '가볼러지'라는 사회학 방법론이 있다고 합니다. 쓰레기는 거짓말하지 않는 법입니다. 때가 되면 우리 집에 쌓여 있는 물건들을 분리수거함에 넣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 마음에 쌓인 쓰레기를 내다 버려야 정신이 가벼워집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것을  버릴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봉투에 담아 걸어 듭니다. 감정의 찌꺼기들은 우리 속에서 발효되어 부글부글 끓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가끔 그것을 꺼내 냄새를 맡아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진저리를 치면서 누군가를 원망하고 혐오하고 미워합니다. 


당신 깃으로 너를 덮으시어 네가 그분 날개 밑으로 피신하리라. 그분의 진실은 큰 방패와 갑옷이라네.(시편 91,4)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붙잡을 것은 든든히 붙잡아야 합니다. 우리를 부자유하게 하는 것들을 내려 놓고, 그리스도의 마음은 굳게 잡으십시오. 오늘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은 불확실함으로 가득 차 있지만, 어떤 경우에라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사실은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과 우리를 신뢰하신다는 사실입니다. 또 하느님께서 우리의 방패라는 사실입니다. 이 근원적 믿음을 붙잡고 두려움 없이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한 삶을 누리십시오. 우리는 영원한 생명의 흐름에 합류한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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