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등불 밝히고 중에서 - 오직 모를 뿐...
인간이 어떻게 하느님이 하시는 일을 다 알 수 있겠습니까? 하느님에 대해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은 오만에 빠진 영혼입니다. 하느님은 인간의 앞의 대상이 아닙니다. 우리는 오직 주님의 이름을 부르고 찬미할 수 있을 뿐입니다. 때로는 하느님이 주신 이성의 능력으로 하느님의 뜻을 분별해야 합니다. 그리고 두럽고 떨리는 마음으로 하느님의 뜻을 여쭈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기 어려울 때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흑백으로 재단 할 수 없는 일이 허다합니다. 흑백논리는 단순하고 명쾌하지만 그만큼 폭력적이기도 합니다. 자기와 같지 않은 이들을 다 배제하니 말입니다. 삶은 참 모호합니다. 그래서 지혜가 필요합니다. 누군가 이렇게 질문합니다. '우리가 정말 하느님의 뜻을 몰라서 그대로 못 사는가?'를 물으신 후에, 사실 우리는 알면서도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서 하느님의 뜻을 여쭙는 때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익이 걸린 문제에서 내가 손해 보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에 가깝다고 합니다. 그게 객관적으로 옳다는 말이 아니라, 그런 선택을 하면서도 스스로 비참해지거나 피해의식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다면 하느님은 그 마음을 귀히 보시리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