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등불 밝히고 중에서 - 부르심 받은 삶은...
부르심을 받은 삶은 '자기 삶의 주도권을 하느님께 넘겨 드리는'삶이다. 그렇기에 진실되게 하느님의 부름 받은 존재로 살아가는 삶은 끊임없는 자기와의 씨움이 요구된다. 부르심은 축복과 영광의 자리, 성취와 존중의 자리가 아니다. 누구나 거절하고 싶고, 포기하고 싶은 자리, 피하다 피하다 마지 못해 받아들이는 자리여야 한다. 진짜 소명자들은 '마지못해 소명을 받아들인 예언자"라고, 그 마지 못해 부름 받은 사람들은 사람들에게 길거리에서 운명처럼 외쳐야 한다.
“갈림길에 서서 살펴보고 옛길을 물어보아라. 좋은 길이 어디냐고 물어 그 길을 걷고 너희 영혼이 쉴 곳을 찾아라.(예레미야 6,16)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하느님이 부르셨을 때 사람들은 다 주저했습니다. 모세도 그렇고 기드온도 그렇고 예레미야도 마찬가지입니다. 티베리아스 호숫가에서 베드로에게 하신 주님의 말씀이 특별한 부르심 앞에 선 이들의 운명을 잘 보여줍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네가 젊었을 때에는 스스로 허리띠를 매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다. 그러나 늙어서는 네가 두 팔을 벌리면 다른 이들이 너에게 허리띠를 매어 주고서,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요한복음 21,18)
예레미야는 하느님의 말씀은 전파하다가 겪은 온갓 시련은 떠올리며 하느님께 원망의 말을 던집니다.
주님, 당신께서 저를 꾀시어 저는 그 꾐에 넘어갔습니다. 당신께서 저를 압도하시고 저보다 우세하시니 제가 날마다 놀림감이 되어 모든 이에게 조롱만 받습니다.(예레미야 20,7)
오죽하면 이런 탄식을 하겠습니까? 사람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말씀은 주님의 짐'(예레미야 23,34)이라고 말합니다. 자기들을 불편하게 하는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속으로 구부러진 존재인 우리는 욕망을 따라 살고 싶어하지만 하느님은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씀 하십니다. 늘 이웃들을 배려하며 살라 하십니다.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마지못해 그 일을 받아들였습니다. '마지못해 소명을 받아들인 예언자'라는 말은 불경한 듯하지만 정직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