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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 등불 밝히고 중에서 - 낮춰주시는 은총...


물고기 배 속에 갇힌 요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때 비로소 그는 하느님께 기도를 바칩니다. 요나 2잠 2절부터 9절에 이르는 이 기도는 탈출기 15장에 나오는 감사 기도와 매우 유사합니다. 홍해를 건넌 모세와 이스라엘 자손은 바로의 병거와 그 군대를 바다에 던지시고, 당신의 백성들을 구원해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요나는 물고기 배 속에서 하느님께 기도를 올립니다. 사람은 절박할 때 기도합니다.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무사하기를 기도하고,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하느님은 땅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조차 기도로 들으시는 분이십니다. 아벨의 피가 흐른 땅의 외침을 하느님은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요나는 삶의 가능성이 다 끊어진 것 같은 상황 속에서 하느님을 바라보았습니다. 어쩌면 인간의 한계상황은 구원의 입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계상황이란 유한함에 대한 자각, 무력감, 공허, 질병, 죽음, 죄책 등 우리가 아무것도 해볼 것이 없는 상황을 이르는 말입니다.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인간은 한계상황에 직면할 때 비로소 본래적 실존으로의 비약이 일어난다고 말했습니다. 쉬운 말로 하자면 그동안 집착하고 소중하게 여기던 것들로부터 놓여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말입니다. 한계상황은 돈, 출세, 명예, 권력 따위에 집착하던 삶에서 벗어나 사랑, 우정, 나눔, 돌봄, 아낌, 섬김의 삶을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요나는 물고기 배 속에서 하느님께 부르짖었습니다. 


제가 곤궁 속에서 주님을 불렀더니 주님께서 저에게 응답해 주셨습니다. 저승의 배 속에서 제가 부르짖었더니 당신께서 저의 소리를 들어 주셨습니다.(요나 2,3) 


그는 이미 기도의 응답을 받은 자로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요나는 자기가 겪은 모든 일이 하느님의 낮을 피하여 달아난 삶의 결과임을 자각하고 있습니다. 물이 저의 목까지 차오르고 심연이 저를 에워쌌으며 바닷말이 제 머리를 휘감았고 산의 뿌리까지 내려가고 땅은 빗장을 내려 저를 영원히 가둔 것 같았지만 이제는 하느님께서 자기 기도를 들어주셨다는 것입니다.(요나 2,6-7) 


하느님은 우리가 오만에 빠져 있을 때, 그 고질병으로부터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우리를 깊은 바다 가운데로 던지기도 하십니다. 고통의 심연 속에서 자기의 실상을 보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사람은 스스로 낮아지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성경은 그리스도의 강생의 신비를 전해줍니다. 우리는 자기를 비워 종의 몸을 입고 오신 하느님의 아들을 믿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낮아질 생각이 없습니다.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고, 작은 손해를 참지 못하고, 차별을 받는다고 속상해 합니다. 하느님은 때때로 가장 사랑하는 이들을 낮춰주십니다. 낮춰진다는 것은 쓰라린 일이고 회피하고 싶은 일입니다. 그러나 낮은 자리에 설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구원의 문은 몸을 낮추지 않으면 찾기 어렵습니다. 좁은 문을 통과하지 않으면 더 넓은 세계에 이를 수 없습니다. 


'낙타를 따라 바늘구멍으로 들어가 봅니다.  따라 들어가 보니 그렇게 넓을 수가 없습니다. 들어가고도 남음이 있어 춤을 추고도 넉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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