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등불 밝히고 중에서 - 돈이 주인 노릇하는 세상...
그 우두머리들은 뇌물을 받아 판결을 내리고 사제들은 값을 받아 가르치며 예언자들은 돈을 받고 점을 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주님을 의지하여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에 계시지 않느냐? 우리에게는 재앙이 닥칠 리 없다.” 하고 말한다.(미카 3,11)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 계신다.'는 말은 가슴 벅찬 말입니다만 이 말은 정말 오용되기 쉬운 말입니다. 제 배를 불리기 위해 온갖 불의한 일을 다 자행하는 이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참 편리한 신앙이기는 합니다만 이 말을 가장 역겨워하시는 분이 하느님이십니다. 뇌물을 받고 다스리고, 값을 받고야 율법을 가르치고 돈을 받고야 점을 치는 예언자들, 그들이 섬기는 것은 '돈'이지 하느님이 아닙니다.
주전 8세기의 현실입니다만 마치 오늘의 현실을 보고 그린 듯 생생하지 않습니까? 정치계, 종교계, 법조계, 교육계, 언론계, 재계 할 것 없이 구석구석 악취가 안 나는 곳이 없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깨끗하게 살려고 몸부림치는 이들도 있지만 그 더러운 흐름을 거스르는 일은 늘 힘에 부칩니다. 돈이 주인 노릇하는 세상에 투항한 이들은 모두 하느님을 등지고 살아갑니다. 이전에는 자신들의 파렴치한 민낮이 드러나면 부끄러워할 줄은 알았습니다만 염치도 부끄러움도 다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부끄러움을 지우고 사는 묘법을 터득한 것처럼 사람들이 뻔뻔해졌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제 더이상 그들이 바치는 번제물과 속죄제물을 원하지도 기꺼워하지도 않으십니다. 오죽하면 사랑하는 아들을 보내시어 스스로 마지막 우리의 희생제물로 삼으셨겠습니까?'
지금 우리가 하느님께 청해야 할 것은 불의를 꾸짖을 수 있는 용기입니다. 믿음의 사람은 자기가 살고 싶은 세상을 지금 시작해야 합니다. 불의하고 암담한 현실을 바라보며 탄식만 한다고해서. 세상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세상 도처에 같은 꿈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비록 하느님의 뜻을 따라 고군분투하게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세상의 요란스러운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을지라도 주님의 도우심으로, 우리가 주님의 손을 꼭 부여잡고, 불의는 꾸짖고 선한 뜻은 부추긴다면 희망의 노래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