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등불 밝히고 중에서 - 다른 길은...
고도의 소비주의 사회가 우리에게서 빼앗아 가는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일까요? '다른 삶을 상상하는 능력'입니다. 누군가가 이미 만들어놓은 욕망의 문법에 따라 사는 사람들은 우리 앞에 열린 다른 삶의 가능성을 보지 못합니다. 말의 눈 옆에 가림막을 달아놓은 것처럼 시선을 차단하여 앞만 보게 하여 욕망의 사다리 윗단에 올라서기 위해 우리는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만듭니다. 세상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다른 길'은 없다고 말하며 욕망과 성취 사이의 시간이 짧을수록 좋다고 가르칩니다. 기다림과 절제는 더 이상 미덕이 아닙니다. 그렇게 길들여지다 보니 그런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힘들지만, 숨이 가쁘지만, 그 길로 내처 달립니다. 가슴 가득 공허감이 밀려들 때도 있습니다.
이제 다른 삶을 상상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추구하던 것을 다 작파하고 새로운 길을 걷자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가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돌아보면서 나답게, 하느님을 믿는 사람답게 사는 삶의 방식을 발견해야 한디는 말입니다. 단테의 <신곡>첫 대목은 인생길 절반을 걷고 돌아보니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었다는 고백이 나옵니다. 우리도 그런 것은 아닌지요?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이들이 새로운 세상을 시작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이 로마 제국의 지배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시작하셨습니다. 믿음의 길은 그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