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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기 쉬운 미사 전례] (10) 본기도인가 모음기도인가?...


미사의 방향성 드러내는 공동체 전체의 기도 


“사람이 죽음을 맞이할 때면, 그의 손이 열린다고 합니다. 이는 죽음으로 완성되는 자기 포기를 감동적으로 표현하는 자세입니다”라고 에곤 카펠라리 주교는 「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에서 말합니다. 처음으로 로마의 카타콤바를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적인 벽화 중 하나가 ‘오란스’(Orans), 곧 손을 벌리고 하늘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그 옛날 그리스도인들은 죽은 이가 하느님을 향해 항상 팔을 벌려 기도하고 있던 사람이라는 것을 표현하려고 노력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미사를 드릴 때 주례 사제가 담당하는 기도를 할 때면, 팔을 벌리고 공동체의 모든 마음과 정성을 모아 바치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본기도’(Oratio)와 ‘모음 기도’(Collecta)라는 용어가 함께 사용되는 주례자 기도입니다. 로마 전례에서 이 기도를 5세기 이래 줄곧 단순히 ‘기도’(Oratio)라고 불렀습니다. ‘모음 기도’(Collecta)는 옛 갈리아 전례에서 유래한 것으로 사제가 모든 교우들의 기도를 모아서 바친다는 의미와 시작 예식 중에 바친 모든 기도를 종합하고 마무리 짓는다는 의미이지요.


본기도는 기도 권고, 침묵, 기도, 아멘의 차례로 진행됩니다. 이 기도는 “기도합시다”라는 초대로 시작되며, 소리를 내어 기도하는 사제뿐만 아니라 함께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기도입니다. 그래서 본기도 안에서 종종 “당신의 백성”, “당신의 가족”, “당신의 교회”라고 하며 신자 공동체를 지칭합니다. 그리고 사제는 잠깐 침묵하는 가운데, 자신이 하느님 앞에 있음을 깨닫고 간청하는 내용을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교우들에게 하느님의 현존을 생각하고 개별적으로 기도할 여유를 주어야 합니다.


침묵이 끝나면 사제는 팔을 벌리고 기도를 바칩니다. 중세 중엽까지는 사제와 교우들이 모두 동쪽을 향해 양팔을 올리고 기도했습니다. 본기도의 내용은 대체로 전례 시기, 축일, 거행하는 미사 등의 특성을 반영합니다. 기도의 전반부는 축일이 기념하는 하느님의 본질이나 구원 업적 등을 묘사하며, 후반부는 그에 상응하는 은총을 청합니다. 연중 주일의 경우 일반적인 진리나 구원 신비를 제시합니다.


맺음말은 교회의 오랜 전통에 따라 삼위일체, 곧 하느님 아버지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바친다는 사실을 나타냅니다. 기도가 끝나면 교우들은 “아멘”하고 환호하여, 이 기도를 자신의 기도로 삼습니다.


이 기도를 바칠 때 사제가 유의해야 하는 것은 본기도가 비록 짧지만 미사 전체의 방향성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경건하고 명확하게 천천히 바쳐서 모든 교우가 한마음으로 참여해 공동체 전체의 기도가 되게 해야 합니다. 또한 교회 및 공동체의 이름으로 바치는 기도이기에 함부로 다른 내용을 삽입하거나 수정해서는 안 됩니다.


본기도를 하면서 사제는 팔을 벌리고 입술로 기도하지만, 교우들은 손을 모으고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전례 시기와 축일에 맞게 구성된 기도문은 항상 같은 분이시지만 때와 필요에 따라 다른 목소리와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하느님을 깨닫도록 이끌어 줍니다. 그리고 이 기도는 혼자가 아닌 ‘한마음 한뜻’(사도 4,32)인 교회 공동체가 함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아버지 하느님께 바치는 찬미입니다.


출처 :가톨릭 평화신문 윤종식 티모테오 신부가톨릭대학교 전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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